1 Pan con Tomate 2012/06/07 12:08 by



만약 딱 한 번 그 때, 그 장소로 돌아가 한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 없이 빵 꼰 토마테를 선택할 것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아침, 타리파의 어느 까페에서 먹었던 바로 그것으로. 무엇을 주문해야 할 지 몰랐던 나는 건너편 여자가 먹고 있는 음식을 그대로 달라고 했다. 둘러보니 모든 테이블에서 같은 걸 먹고 있었다. 온통 동네 주민들 뿐인 작은 가게에서 그렇게 현지식 아침식사에 동참하게 되었다.


올리브오일과 토마토라니, 먹어보기 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는 맛이었다. 길쭉한 빵을 반으로 갈라 구운 뒤 올리브오일을 가득 뿌린다. 그리고 그 위에 토마토 간 것을 듬뿍 올려 까페 콘 레체와 함께 먹는다. 빵은 적당히 바삭바삭하고 토마토는 색깔이 그리 붉지 않으면서 걸쭉하다.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상큼한 토마토향이 입안에서 코로 목구멍으로 넘실넘실 퍼져나가고 올리브오일의 풋풋함과 빵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색다른 맛의 조화를 이룬다. 


바르셀로나에 가서 두 번 더 먹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 때 그 맛이 아니었다. 동양인은 한 명도 없던 낯선 마을에서 온기를 찾아 들어간 곳이었기에 갓구운 빵은 더 따끈따끈하게 느껴졌고 무뚝뚝한 친절이 고마웠다. 돌아오기 전, 올리브 오일만 자그마치 다섯 개를 사서 여행가방 안에 꾸역꾸역 쑤셔 넣었다.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해 먹은 음식이 빵 꼰 토마테다. 바게뜨, 식빵, 깜파뉴..빵이란 빵은 죄다 섭렵해본 결과, 너무 질기고
딱딱한 빵 보다는 적당히 촉촉하고 쫀득한 빵이 맛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좀 더 정성을 들이려면 빵을 굽기 전에 생마늘을 문질러 풍미를 더하고 토마토 위에 발사믹 소스를 몇방울 떨어뜨려 준다. 물론 빵과 올리브 오일, 토마토만으로도 충분하다.


덧글

  • moozi 2014/11/29 17:28 #

    지난 여름에 바르셀로나 어느 광장 귀퉁이에 있던 레스토랑에서 무작정 시켰던 메뉴중에 (제일 맛있었던) 하나가 빵꼰토마테였는데, 몇 년전쯤 종종 읽던 빵꼰토마테님의 블로그가 생각나 다시 들어와봤어요! 저도 여행 내내 매끼마다 먹었지만 그 첫 맛만한건 찾지 못했답니다..작은 종지에 올리브유, 꾹짠 마늘(스틸로된 그 것으로), 발사믹을 섞어 발라주면 제법 비슷한 맛이 나더군요! 아무튼 글을 너무 재밌게 쓰셔서 피식피식 웃던 것이 생각나는데 요즘은 잘 안하시나봐요..@_@
  • 2015/02/23 19:38 #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무 것도 안하다가 최근에 인스타 조금 해봤는데 그래도 저같은 사람에게 가장 편안한 곳은 이글루네요
    바르셀로나 다녀오셨다고요? 아 정말 좋으셨겠어요.. 저도 다시 가서 빵꼰토마테를 먹으면 그때 그 맛이 날까 궁금해요
    아마도 영영 그 맛은 안날 것 같아요. 제 기억 속의 맛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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